작성 : 산안마을 (화성)
1. 살처분을 하며 느끼는 위기
산안마을의 양계는 자연과 인위의 조화를 추구한다. 우리들은 닭, 생산자, 활용자(소비자 대신 산안마을에서 쓰는 말) 모두 행복해지길 바라는 우리의 가치를 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며 노력하고 있다. 닭도 하나의 생명이기에 살아있는 동안 그 삶을 만끽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되어야 한다. 생산 당사자인 산안마을은 비록 인간을 위한 가축사육이지만 닭과 활용자를 잇는 과정에 친환경, 동물복지, 직장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좋은 맛과 양질의 달걀을 만난 분들은 달걀 값과 응원으로 양계가 지속되도록 토대를 만들어 준다. 닭, 산안마을, 활용자. 40년 넘게 이루어 온 단단한 순환관계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건강했던 이 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날로 심각해지는 가축감염병, 살처분 중심의 방역정책, 회복이 어려운 보상체계로 흔들리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양계업은 지속될 수 있을까,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2021년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2020년 말까지 이루었던 경영수준까지 회복하는 데 3년이 걸렸다. 살처분한 후 고객과 거래처는 모두 끊어졌었다. 방역대 해제, 병아리 입식, 산란 시작, 안정적인 산란기로 접어들기까지 1년 가량은 공급의 공백기였다. 2021년 후반, 22년, 23년은 끊어진 고객과 거래처를 다시 만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안정되었다고 생각한 지 불과 2년 만에 감염에 의한 살처분을 했다. 두 번째 살처분을 하면서 느끼는 위기의식은 산안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양계농가, 더 나아가 축산농가, 식량이 안보산업으로 분류되는 시대인 지금 국가 단위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해법은 현장에 있다고들 한다. 한 농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양계법, 발생한 문제, 해결과정, 도출된 대안을 현장의 목소리로 받아들여 주길 바라며 작성한 보고서이다.
2. 산안마을 양계 소개
2-1. 사육법
평사식의 넓은 공간에서 사육한다. ㎡당 4.4마리(동물복지인증 기준 9마리)의 사육 밀도로 닭들이 모래목욕, 파헤치기, 일광욕, 털고르기, 짝짓기, 횃대오르기 등 종 특성 행동을 하기에 충분한 공간이 제공되어 닭들은 그때그때 하고 싶은 행동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닭의 스트레스를 주요 원인으로 보는 카니발리즘 발생이 거의 없다. 카니발리즘이 없기 때문에 케이지 양계장에서 필수로 하는 디비킹(부리 자르기)을 할 필요가 없어 닭은 부리를 더욱 예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 건강관리에 도움이 된다.
2-2. 개방형 계사와 천창
계사의 앞면과 뒷면이 망으로 되어 있고 지붕에는 천창을 달아 공기순환이 항상 이뤄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호흡기가 많이 퇴화된 가금류에게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는 것은 건강 유지에 중요한 환경 요소이다. 천창 사이로 들어오는 햇빛은 닭들에게 일광욕을 즐길 수 있게 해 준다. 닭들은 자연과 비슷한 조건 속에서 계절과 날씨 변화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환경적응력이 높다. 계사 내부의 공기순환은 물론 햇빛을 고루 쪼이게 하여 바닥의 계분을 항상 마른 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계분이 말라 있어 암모니아 가스가 거의 없어 닭들은 계분을 이용하여 수시로 모래목욕을 즐기며 진드기를 떨어뜨리고 자기관리를 한다.
2-3. 계분을 활용한 순환농법과 매일 먹이는 풀김치(사일리지)
2년 가까운 사육기간 동안 계사 내부에서 잘 건조되고 발효된 계분은 닭이 출하된 이후 퇴비장으로 옮겨져 2차 발효과정을 갖는다. 잘 발효된 계분은 15,000여 평의 목초지에 뿌려지며 이 초지에서 길러진 풀은 다시 풀김치로 만들어 닭들에게 매일 급이된다. 닭에게서 나온 계분이 밭에 뿌려지고, 이것을 양분으로 자란 풀을 발효시켜 닭에게 미네랄과 미생물이 풍부한 사료를 주는 순환농법은 구현하기 힘든 친환경 기술이다.
2-4. 개체관리에 가까운 사양관리
성장이 뒤처지는 닭, 쫓기는 닭, 병든 닭 등을 쉽게 발견하고 별도 관리를 하기 위하여, 690㎡(길이 91m)의 양계장을 25칸으로 나눠 닭을 키우고 있다. 손이 더 많이 가지만, 닭들의 성장 편차를 줄이고 취약한 닭들을 별도로 모아 건강한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한 사육방법이다.
2-5. 환경적응성과 소화기관이 최대로 발달할 수 있는 병아리 육성
병아리 때 소화가 쉽지 않은 먹이를 먹인다. 태어난 첫날부터 현미를 주고 셋째 날부터 생풀을 주어 소화가 쉽지 않은 것을 소화해 냄으로써 소화흡수력을 키운다. 일반 닭에 비하여 1.5배에 달하는 장 길이를 갖는 건강한 닭으로 성장한다.
2-6. 방역체계
- 교차오염의 위험이 현저히 낮은 사육·유통 체계
- 사육의 모든 과정(백신, 초생추 입식, 계분 반출 등)을 외주 없이 농장 직원들의 기술과 농장 내 장비를 이용하여 직접 한다.
- 사료차의 동선이 농장 내 다른 동선과 겹치지 않는다.
- 외부의 식용란을 반입하지 않는 자체 식용란수집판매업과 선별포장업을 직접 운영하고 있고, 전용 알 운반차량을 보유하여 타 식용란 유통업체와 접촉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
- 농장 진입 시 이용하는 도로의 동선이 타 농가와 겹치지 않는다.
- 계분 반출은 HPAI의 위험이 없는 7~8월에 농장 소유의 목초지에 하여 계분에 의한 질병 전파 가능성이 낮다.
- 밀폐형 차량소독기와 대인소독실을 설치하여 출입하는 모든 차량과 사람이 방역 절차를 거친다.
- 방역관리동을 두어 농장과 축사 내부로 출입하는 사람이 샤워 후 작업복으로 환복하는 구조를 만들어 사람에 의한 교차오염 가능성을 낮췄다.
- 각 계사마다 발소독과 환복이 가능한 전실을 설치하여 농장과 축사, 축사와 축사 간의 질병 전파 가능성을 낮췄다.
- 이동식 소독이 가능한 분무기와 다수의 소독용 분무기, 열선 발판 소독기를 보유하여 날씨에 상관없이 항시 소독이 가능하다.
- 퇴비장을 설치하여 1년치 퇴비를 쌓아 둘 공간을 확보하였고, 망을 설치하여 야생조수류의 계분 접근을 차단하였다.
- 농장 입구와 축사 입구 등에 CCTV를 설치하였고, 출입기록부와 방역일지 등을 배치하여 방역 상태를 항상 점검하고 기록하고 있다.
- 외국인 근로자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로 출입 통제가 가능하다.
- 2019년 통합 HACCP 인증을 획득하여 사육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의 안전성을 입증하였다.
- 기존 사육환경의 변화 없이 동물복지 인증을 취득하였다.
- 정기적인 교육을 통하여 직원들이 높은 방역의식을 가지고 있다.
3. 산안마을 양계 연혁
- 1966 : 화남협업농장에서 한국 최초로 야마기시식 계사 2칸을 지어 입식
- 1984.01.19 : 6가족이 모여 야마기시즘 생활 실현지(산안마을) 발족
- 1984.05.09 : 경기도 화성(당시 화성군 향남면)에 농장터 마련
- 1984.11 : 계사 2동 준공, 퇴비열 육추법으로 2회에 걸쳐 3,000수 입추
- 1985.03 : 한국 최초로 ‘유정란’이라는 이름으로 직거래 시작
- 1985.11 : 계사 2동 증축
- 1986 : 직거래로 활용자 그룹을 만들어 공급 확대
- 1988.07 : 계사 6동 증축(합 10동)
- 1995.12.21 : 야마기시즘생활경향실현지 영농조합법인 등기
- 1997.12 : 계사 5동 증축(합 18동), 생활협동조합에 1호 생활재로 납품 시작
- 1998.09 : 계사 3동 증축
- 2004.03.10 : 축산업(가축사육업) 등록(화성시 1호)
- 2014.03.06 : 800m 떨어진 평택시 청북면의 양계장에서 HPAI 발생(산안마을 이동제한, 달걀 폐기)
- 2015.12.18 : 무항생제 인증
- 2018.07.13 : 농장 HACCP 인증
- 2019.01.24 : 선별포장장 준공, 가동
- 2019.06.22 : 동물복지농장 인증
- 2019.12.11 : 통합 HACCP 인증
- 2020.12.20 : 계사 4동 준공(합 22동), 경기도와 화성시의 ‘동물복지형 방역선진화 사업’으로 방역관리동, 퇴비사, 차량용 소독기, 대인소독실 준공
- 2020.12.22 : 1.8km 떨어진 양계장에서 HPAI 발생, 살처분 명령 받음
- 2021.02.19 : 감염 농가 기준 반경 3km 방역대에 걸려 미감염 살처분
- 2021.04 / 2021.07 : 병아리 입식
- 2023 : 하반기에 평년 수준의 공급량 회복
- 2025.11.23 : 감염으로 인한 예방적 살처분
4. HPAI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4-1. 정부의 방역정책은 신속 정밀해졌다
선제 예방 중심, 농가 책임 강화와 행정 지원, 질병별 차등 대응, 디지털 기록을 광범위하게 적용하여 추적 가능성을 높이는 방역정책을 펼치고 있다. 살처분하는 방식도 5년 전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체계화된 것처럼 보인다. 대규모 장비와 인력이 동원되고 안정적인 매뉴얼 속에서 축산과, 검역본부, 보건소까지 협업하는 공무원들의 움직임은 신속해 보였다.
4-2. 산안마을도 방역 수준을 계속 올리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조건을 만족시키고자 매년 업그레이드하며 관리감독에 임하고 있다. 사육하는 시간을 쪼개서 시설을 보충하고 관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 작성에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다. 디지털 관리도 철저히 하고 있다. 양계 전용 앱을 개발해서 모든 직원이 실시간 기록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2025년 11월 23일 살처분 후 1주일가량 검역본부에서 조사 나왔을 때도 인정받은 사항이다.
산안마을 계사는 자연친화적인 개방형 구조이다. 이 특징은 방역에서 전혀 다른 두 관점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질병에 강한 닭으로 성장하는 데 유리하다는 시선과,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새와 공기를 차단하기 어렵다고 보는 시선이 공존한다. 우리는 어느 쪽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데 서서 끊임없이 개선하고 있다. 케이지 양계와 비교할 수 없이 넓은 계사이지만 효과적인 방역을 위해 방역 포인트가 되는 길목마다 소독과 환복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도 인식하고 있었고 방역당국도 지적했던, 계사 통로를 이용해 동과 동 사이를 소독과 환복 없이 이동하는 문제도 이번에 해결하려고 한다. 통로는 집란할 때와 사료 줄 때 주로 이용한다. 2021년 이후 집란은 전동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서 통로를 이용하지 않게 되었고, 2026년에는 자동급이 시설 도입으로 통로 사용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한다.
4-3. 그럼에도 불구하고 HPAI는 매년 발생한다
2025~2026 시즌의 HPAI 발생 현황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현재 상황만으로도 몇 가지 특이점이 있다. 11월에 들어서자마자 화성, 평택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는 점이다. 이 지역 발생이 시기적으로 두 달가량 빠르지 않았나 추측된다. 방역구역 내 예방적 살처분이 아니라 대부분 농가 감염 살처분이라는 사실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지역은 한 번 이상 감염 경험이 있는 양계 농가가 10여 곳이 넘게 되었다. HPAI는 매년 발생하는 질병이 되었다. 특히 서해안 지역은 HPAI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이런 사실을 기반으로 이에 걸맞은 핀셋형 혹은 권역별 방역정책이 필요할 것 같다. 나라마다 상황에 맞는 대응전략으로 대처하고 있다.
4-4. 발생원인과 상황을 입체적으로 해석해야 해결책이 나온다
지금까지의 방역은 축산물 운반차량, 사육자, 관리자 등을 관리 통제하는 차단방역 중심이었다. 거점소독소, 개별 농장 소독소, 방역인식 강화 등 많은 것이 개선되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땅이 아니라 공기 전염이 더 문제되는 것 같은 양상이다. 매년 반복되는 HPAI는 여러 양상의 위기를 야기한다. 철새가 텃새가 되는 게 아닐까 기후변화를 위기로 느끼고, 반복되는 살처분으로 농가는 물론 담당 공무원도 심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개별 농가는 회복할 사이 없이 또다시 감염될 수 있다는 게 현실이고 정부는 예방책과 보상금으로 막대한 세금을 쓰고 있다. 기초식량에 가까운 달걀 수급이 불안해진다. 이런 위기 속에서 불안에 떨며 양계를 할 수는 없다.
예방적 조치, 차단방역과 함께 백신 접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조건 살처분한 후 모든 발병 원인을 농가에게 책임 지우며 감점해 가는 보상체계를 하루라도 빨리 바꾸어야 한다. 합리적인 보상정책이 개별 농가의 방역 의지도 높이고 산업의 안정화에도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각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백신정책과 보상정책도 참고할 만한 것이 많이 있어 보인다. 생산현장, 전문가, 행정이 머리를 맞대면 한국형 HPAI 방역정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맺음말
산안마을은 동물복지와 친환경에 대한 의식이 깊지 않던 시기부터 인간과 가축, 인간과 환경의 조화로운 지점을 찾아가며 양계를 지속해 왔다. 정부에서 요구하는 높은 위생기준과 방역기준에 발맞춰 시설을 개선하는 노력도 앞장서서 했다. 이런 개별 농가의 노력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바이러스의 역습이 어쩌다 발생하는 재난에서 상수로 존재하는 재난으로 환경이 변하고 있다. HPAI,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감염병의 반복적인 유행과 코로나 팬데믹의 경험으로 바이러스의 위험이 우리 곁에 있다는 걸 누구나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위험 증가에 대비하여 가축감염병에 대한 경험과 연구가 축적되고 방역 인프라도 확충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러나 현장에서 실행되는 양상은 차단방역이라는 행정편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가. 예방적 살처분이라는 행정행위는 신속하다. 가시적이다. 행정처리를 위한 제도개선은 5년 전에 비해 규모화되고 체계화되어 완성도가 높아진 것처럼 보였다. 무엇을 위해 높아진 완성도일까 묻고 싶다. 지속가능한 축산과 건강한 먹거리는 생산자들의 의지와 소비자들의 관심,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속에서 발전할 수 있다. 양계농가를 회생불능케 하는 지금의 방역제도는 시급히 수정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금의 단순한 살처분 일변도의 방역정책을 개선하여 다각화된 대응책으로 방역 실효성을 높이고 경제손실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양계산업을 망가뜨리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